제목
종부 고인돌과 춘분
작성자
엄기종
등록일
2026-03-21
조회수
105
내용
제목 : 종부리 고인돌과 춘분 / 눌암 訥唵 엄기종 20260317


언덕 위에 종소리 들리나
종부리에 봄볕이 든다
겨우내 된추위 어디가고
덩그란 돌묘에 온기가 돋는다

2026병자년 춘분은 3월 20일
오늘 춘분 3일 전 3월 17일
종부리 고인돌을 찾아
어루만지며 맴돌고 있다

말이 없어라
말을 머금은 자여
3,000년을 누워 기다렸나니
이제사 내 육신에 손을 얹어

더듬는 성혈자국이
3,000년 전의 매운 돌로
때리던 타석음(打石音)이 딱 따그닥 울려
따끔거리는 신경이 되살아나

삼천년 이끼 무성한 세월
청동기 인간들이
여기 종부리 족장을 묻어
해 길을 쫓으며 누웠던 고독

너는 제일 큰 수성 一白의 별을 새겨라
둘째야 목성 二白을 셋째야 화성 三白을
넷째야 四白은 이름이 없고 토성 五白을
다섯째야 너는 금성 六白을 새겨라

그 외에 남은 일곱 개의 별들의 묵언
죽어도 죽지 못하는
바위에 새긴 인적의 새김질이여
짙은 연두 빛 이끼가 혈을 덮어도

조상 뼈와 혼령을 감싸
비장한 무덤 돌의 무게가
삼천년 버티며 전해주시는 정성이
눈물울 감싸고 울음을 멈추게 하네

구리를 녹이던
창과 검과 낫과 괭이의
푸른 녹이 다하고
이제는 망각으로 사라진 비바람이여

삼방산 좌청룡 남산 우백호
서산 약수리 관조의
동래서거(東來西去)로 맺은 여기
다람쥐 굴밤나무 하나 심어주었네

어느 정신 나간 석정이
이 성스런 바위를 깨려고
흠집을 내던 자국 점점이 남아
어두운 민족의 앞날이여

잠들지 못하고 뜬 눈으로
태양 길 바라보던
수 천 성상의 해바라기
봄날의 새 발길 눈을 떠라

낮과 밤이 새로 시작하는 들녘
춘분지절을 기다린 기도
후손들이여 봄이 왔노라
동토에 개갑의 씨눈을 틔우거라

청동기 글 없던 새김
성혈을 지고 춘분을 기다려
금줄도 없는 영원의 장축이
춘분 석양 낙지를 향해

조상 묘석 허리에 정을 박고
쇠줄 경계도 없이 버틴
버림받은 청동기 시절이여
언제 막사발 술잔을 받을까

허리에 줄무늬로 박힌
아픔을 지워다오
많던 동료들이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묻혔는지 사라져

해가 떠오르면 우오를 뇌고
해가 지면 새봄의 농경축제
춘분이여 어서오라
양지를 부르는 성묘를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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